살아가는 동안 스쳐 지나간 순간들을 기록하고,
그것들을 모아 내 삶의 포트폴리오로 남겨두려 한다.
침대에서 방 밖으로 보이는 풍경, 내가 살고 있는 레드몬드는 조용한 시골 동네다.
주택에 살면 잔디를 관리해야 한다. 민들레가 자라 옆집에 퍼지면 벌금을 문다.
엄청난 뮤지션을 찾았다고 한동안 기뻤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Mei Semones.
나는 가보고 싶은 곳들을 즐겨찾기에 저장해두고, 하나씩 직접 가보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차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보려 한다.
나는 경험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취향과 관심의 차이는 경험의 유무이다. 순간의 경험이 쌓여 취향이 만들어지면 매력이 된다.
건조한 오리건의 동부에는 여름에 항상 불이 난다. 연기로 시정이 3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비행을 할 수 없다.
조종 공부는 끝이 없다.
PPL(자가용 조종사), IR(계기), COMMERCIAL(상업용), MULTI(쌍발 엔진), CFI(교관 과정) 순으로 조종사 자격증을 따게 되는데 한 과정마다 비행학교 자체 시험 2개, 미국연방항공청(FAA) 최종 시험 1개로 구성된다. 각 시험에는 2시간의 1:1 구두시험, 2시간의 비행시험이 있다.
사진은 MULTI 과정의 Fuel system
할로윈 당일에는 동네 모든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탕을 받으러 다닌다.
우리는 집을 꾸미지 않아서 Trick or Treat 하러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초인종을 눌러서 당황했다. 같이 사는 형의 초콜릿을 나눠줬다.
미국에서의 비행 유학은 분명 힘든 과정이다. 매일의 공부와 다가오는 비행 시험들은 사람을 피 말리게 한다.
1시간에 40만 원이라는 엄청난 비행 비용은 아무리 돈 많은 가정도 부담스럽다.
FAA 최종시험에서 떨어지면 평생 기록에 남아 채용에 영향을 주고 Retraining 비용과 Re-check비용으로 200만 원 가까이 추가 지출된다. 게다가 한국인 특유의 빠른 소문 탓에, 합격 여부가 순식간에 펴져나가 정신적인 부담도 크다.
그런 과정이기에 나는 주변에서 여유를 찾으려 한다.
매일 보는 동네라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는지 종종 잊는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 속 도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녀서 좋다.
1900년대 초 미국 도시의 외로움을 그린 사실주의 화가. 외로움과 동시에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이다.
오리건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는 내가 사는 곳에서 북서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다. 한국인들은 시험이 끝나거나 기분전환을 하러 포틀랜드에 간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서 비틀즈 사진전을 해서 다녀왔다.
영국밴드가 1960년대에 미국에 진출하여 미국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준 현상을 British Invasion이라고 한다.
비틀즈가 처음 미국으로 공연을 하러 갔을 때 폴 매카트니의 개인 카메라로 찍은 미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 감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고 비틀즈는 내 음악 취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초등학교 3학년, 엄마가 우연히 가져온 비틀즈의 히트곡 모음 앨범 "1".
빨간색 배경에 노란색으로 숫자 1이 쓰여있던 앨범을 씨디플레이어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초등학생의 나는 스물 일곱개의 트랙 순서를 전부 외워버렸다.
그 후 필리핀과 캐나다로 유학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대중 음악과는 멀어졌다.
나는 라이브 음악을 주기적으로 들어야 하는 사람이라 이번에는 Sisters라는 도시에 갔다 왔다.
몇 번 찾아서 들으러 가면 주최 측에서 다음 라이브 공연 메일을 보내줘서 계속 가게 된다.
Thunderstorm Artis라는 가수였는데 미국 The Voice 파이널리스트라 정말 잘하더라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중학교 3학년 겨울, 아버지는 소니 카메라와 함께 나에게 DSLR 입문서를 읽게 하였다. 아빠는 항상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셨다.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초상권보다 사진가의 권리가 우선시되며 보장받고 나도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스트릿 사진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나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 당당하게 찍으려고 한다. 당신을 포함한 이 거리를 카메라에 담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표현한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사진가로 인정하고 편하게 여기는 듯하다. 가끔 명함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항상 당황한다.
아이들한테는 성인에게 없는 순수함이 느껴져서 좋다
나에게 자기만의 사유나 철학 혹은 글, 사진, 영상과 같은 창작을 해야하는 이유는 삶이 풍부해지는 것에 있다. 아무 생각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같은 것을 보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재산이 된다.
비행 체크 대기 중 혼자 다녀온 Seattle Washington,
여름 3개월을 제외한 대부분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사는 게 쉬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선에서
미국을 최대한 눈에 담고 싶다.
미국의 큰 도시들을 혼자 여행할 때 느끼는 무언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어떤 신비한 것이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도시를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지만 동시에 묘하게 편안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이 자유롭게 느껴진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때로는 고독하지만, 그만큼 선명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이 끝나면 이곳에서의 시간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겠지만, 그때의 공기, 소리, 감정은 어쩌면 평생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진에는 나의 감정, 가치관,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이 담긴다.
낯선 도시의 거리를 지나며, 나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반영처럼 느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사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왜 이 장면을 찍고 싶었을까.
그 답은 결국 내 마음속에 있는 감정이나, 세상에 대한 나만의 시각과 내가 어떤 순간에 감동하고, 무엇에 반응하는 지에서 비롯된다.
내가 보는 세상은 결국, 내 삶을 비추는 작은 조각들이 된다.
정면이 아닌 아래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더 솔직한 시선이다.
그 사람의 하루가 묻어 있는 발걸음, 누군가의 이야기 일부를 몰래 받아 적는 것 같다.
길 위엔 각자의 시간이 깔려 있다.
우리는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나는 그 중간 어딘가를 기록했다.
University of Washington
Suzzallo and Allen Library
해리포터의 호그와트와 닮아 해리포터 도서관으로 불린다. 우연히도 학교를 탐방한 날이 대학교 개강일이었다.
한국인 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정말 부러웠다.
Seattle Art Museum
2025년 4월 16일 현재는 교관 준비에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비행 교관을 Certified Flight Instructor라고 부른다. CFI 자격증을 취득하고 비행학교 교관채용에 지원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행 교관으로 일하게 된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상업용 조종사 자격증(Commercial Pilot) 시험과 다발 엔진 조종 자격증(Multi engine) 시험이 연속으로 있었고 교관 수업까지 겹쳐서 번아웃이 꽤 심각하게 왔었다.
4월에 한국에 2주 정도 휴식 차 다녀올까 했지만, 해야 할 일을 단지 미루는 것 같아 연기했다. 아마 교관 채용이 결정되면, 그때쯤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글은 기억하지 못할 나의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비망록이 된다.
기록은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기록을 남긴다.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겪게 된다.
기록해 둔 지금은 분명 미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에,